울산광역시의 자랑스러운 자랑 영남알프스 7봉 - 2편 운문산
- 위치 : 경남 밀양시 산내면 삼양리 산1-2
- 높이 : 1195m
- 등산시간 : 5시간 이상...(왕 초보 기준입니다)
- 주차에 대한 기억 : 많이 안 좋음.
- 등산 초보 울주 큰애기의 등 고통 지수 : 상상
고헌산 등산을 다녀온 후
마음속에서 알 수 없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조금 얼굴을 내밀었다.
왠지 산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나 운문산 등산 시작도 전에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이 박살 나 버렸다.
등산을 같이했던 동료들과 제자들은 산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선발대로 다녀온 동료가 가자는대로 따라는 것뿐인데...
선발대 동료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운문산은 주차를 산 가까이할 수가 없어서 산 밑 마을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등산로입구까지 가야 해요."
저 말을 흘려듣지 말걸...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지
많은 등산객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문제점이 생겼다고 들었다.
운문산 근처 마을은 사과를 농사짓는 농민분들이 많이 살고 계셨는데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주차 때문에 끊임없는 불편을 겪으셨던 것...
(실제로 마을 곳곳에 주차 금지 팻말과 현수막이 많이 붙어있었다.)
그래서 운문산을 등산하려는 사람은 마을 초입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등산로 입구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이건 당연한 것이다. 주민분들의 터전과 업을 등산객들이 방해하면 안 되니까...
그런데 마을 입구부터 등산초입까지 걸어가는 길이 쉽지 않다???
시멘트 길이라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자 내 입에선 곡소리가 절로 나오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등산 입구에 가기 전에 무거운 나의 몸뚱이가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나를 잡아당기는 중력이 운문산 등산 시작도 전에 포기하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끊임없는 나와의 전쟁을 치르며 드디어 운문산 등산 입구에 도착
이미 시멘트 바닥에 내 멘탈과 체력을 상당수 놓고 온 지라 아주 살짝 등산을
포기할까 고민했음...
그래도 제자들과 동료들이 가는데 포기할 수야 없지. 그래 간다.
이번 운문산 등산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나 했더니
남푠이가 사준 등산화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등산화는 무조건 좋은 걸 사라고 해서..
고헌산의 교훈으로 아주 좋은 등산화 + 등산 스틱을 장착하였다.
왕초보의 등산 스킬이 +2가 되었습니다
이 푸르른 나무에서 좋은 기운이 흘러 들어오리라 믿고
헉헉 숨을 마시고 뱉으며 위를 향해 전진 또 전진
(5분 걷고 5분 쉬고)
배도 고프고 다리 근육의 한계가 찾아올 때쯤 만난 팻말
여기를 기점으로 왼쪽으로 가면 운문산, 오른쪽으로 가면 가지산
산에 대해 같이 무지했던 동료 한 명은 전날 이왕 간 거 운문산 찍고 가지산 찍는 건 어떻겠냐고...
미친 생각이었다.
그 입 다물라
이곳 자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문구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만나면
바로 도망가야지...
운문산이 기억에 많이 남는 이유는
힘들다 힘들다 무한반복을 하며 정상을 향해 가다가 어느 순간 뒤를 딱 돌아봤는데
이렇게 환상적인 뷰가 펼쳐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뒤를 돌아보고 정말 많이 놀랐다
어머 정말 이 일대가 수려한 산세를 자랑한다더니
눈만 내리면 진짜 알프스라 해도 믿겠네...
구름에 그늘진 영남알프스 산세가 CG 같은 지경이다.
못생긴 얼굴을 감추기 위해 모자이크를 했지만
저 때 당시의 내 얼굴은 운문산과 내면의 세계전쟁을 치루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운문산은 나를 느끼지 못했지만 나는 운문산과 치열한 전쟁 중이었음)
어디서 얻었는지 빨간 목장갑도 끼고 있네...
(기억에 등산로에 버려진 목장갑을 주워 꼈던 것 같다)

역시나 끝은 온다
이 장면을 보러 2시간 넘게 사투를 벌이지 않았던가
입에 나름 험한 말을 뱉어가며 힘들게 올라온 나의 목적
이 한 장면으로 끝.
구름 사이로 내려오는 햇빛마저 영화 같다.
저 마을에서부터 여기까지 올라온 나
셀프 칭찬해
잘했어
어디가서든 살아남을 거야
아! 운문산 정상이 좋았던 이유가 하나 더 생각이 났네.
누가 여기서 취미로 분재하시는가 싶을 정도의 예쁜 하늘 정원이 있었다는 거!!!
사랑하는 사람과 사진도 찍으라고...
서로의 남편보다 훨씬 더 많이 만나고 시간을 보내는 울 동료분
누가 보면 자매인 줄 안다는...
사진을 보니 응? 등산 장비 업그레이드 많이 했었네 ㅋ
무릎 보호대도 차고 있고 슬링백도 차고 있고
(등산에 슬링백을 찬 이유는 핸드폰을 자주 꺼내서 사진을 찍기 때문... 백팩은 불편해서뤼)
매일 꼴찌로 등산하고 하산하지만 이 사진을 또 찍고 싶다는 마음이 문득 든다.
(조금 불편한 생각이다.)
오랜 시간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동지들과
이제와 느끼는 점인데 우리 다 웃고 있었네.
한 시간 뒤 상황은 꿈에도 모른 채...
운문산 등산을 마치며
1. 반전미 가득한 산이니 꼭 한번 오세요
2. 마을 초입부터 등산로 입구까지 꽤 멀어요.
3. 고수들은 가지산이랑 운문산 같이 찍어요.
4. 운문산 다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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